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5.34%까지 치솟고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하루 만에 8,900억 원을 순매도하는데, 코스닥은 3개월 만에 900선을 돌파했습니다. 같은 날, 같은 나라 증시에서 지수 하나는 빠지고 다른 하나는 오른 겁니다. 이 온도차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수급 구조와 업종 모멘텀의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걸, 자료를 뜯어보고 나서야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코스피 약세의 진짜 이유 — 수급 분석
처음에 제가 가장 궁금했던 건 이거였습니다. "반도체 업황이 개선된다는데, 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빠질까?" 지수를 보면 코스피가 6,921포인트까지 밀렸고, 삼성전자는 -1.8%, SK하이닉스는 -3.0%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자료를 따라가 보니 이건 실적 문제가 아니라 수급 이슈였습니다.
핵심은 자사주 매입(buyback) 종료입니다. 자사주 매입이란 기업이 시장에서 자사 주식을 직접 사들이는 행위로, 주가 하단을 받쳐주는 수요 역할을 합니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이 임박 종료 상태였고, SK하이닉스도 일주일 내 종료를 앞뒀습니다. 통계적으로 자사주 매입 기간 동안 외국인은 매도 관점을 유지해 왔는데, 쉽게 말해 "사줄 주체가 있을 때 던진다"는 전략입니다. 외국인이 이 구간에 차익실현 물량을 집중시킨 것으로 풀이됩니다.
외국인 지분율도 눈에 띄었습니다. 삼성전자 46.4%, SK하이닉스 49.8%로 10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내려왔습니다. 이 숫자만 보면 "이제 바닥 아닌가?" 싶지만, 저는 그렇게 단정하지 않습니다. 외국인 지분율이 낮다는 건 매수 여력이 생겼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지속적인 이탈 흐름이 있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실제 반등 신호는 10월 8일 삼성전자 3분기 잠정 실적 발표와 FOMC 의사록 공개 이후에 확인해야 합니다.
거시 환경도 부담이었습니다. 미국 서비스업 PMI(구매관리자지수)의 지불 가격 지수가 74포인트를 기록하며 2022년 7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여기서 PMI 지불 가격 지수란 기업들이 서비스를 구매할 때 지불하는 비용의 상승 압력을 수치화한 지표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인플레이션 압력이 강하다는 의미입니다. 고용 냉각으로 금리 동결 기대가 잠깐 생겼다가, 이 물가 지표 하나로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다시 5.34%로 올라간 겁니다.
- 삼성전자·SK하이닉스 자사주 매입 종료 임박 → 외국인 차익실현 집중
- 외국인 지분율 10년 최저 (삼성전자 46.4%, SK하이닉스 49.8%)
- 미국 서비스업 PMI 지불 가격 74p — 2022년 7월 이후 최고치
- 미 국채 10년물 금리 5.34% 재상승 → 장기채 상방 압력 지속
- 변곡점: 삼성전자 3분기 잠정 실적(10/8) + FOMC 의사록(10/8 새벽 3시)
코스닥 900 돌파 — 업종별 모멘텀과 AI 밸류에이션
제 경험상 코스피가 흔들릴 때 코스닥까지 같이 빠진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번엔 달랐습니다. 코스닥은 외국인 1,200억 원, 기관 500억 원 동반 매수에 힘입어 915포인트를 기록했습니다. 3개월 만의 900선 탈환입니다. 주도한 건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2차전지 ESS, 바이오 세 섹터였습니다.
반도체 소부장에서 가장 눈에 띈 건 주성엔지니어링이었습니다. 하루 만에 16% 급등하며 코스닥 시총 3위에 올라섰습니다. 원익IPS, 심텍, 이오테크닉스, 리노공업도 상위권에서 지수를 끌어올렸습니다. 대형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춤한 사이, 반도체 업황 개선의 수혜가 소부장 쪽으로 집중된 셈입니다. 이런 흐름은 AI 서버 수요 폭증에 따라 패키지 기판과 MLCC(적층세라믹커패시터) 시장이 사상 최고가 랠리를 이어가고 있는 공급망 구조와 맞닿아 있습니다. 여기서 MLCC란 전자기기 내 전류를 안정적으로 조절하는 초소형 부품으로, AI 반도체 서버에 대량으로 탑재됩니다.
2차 전지 섹터에서는 에코프로비엠이 삼성 SDI와 전고체 배터리 공동 개발을 발표하면서 모멘텀이 강화됐습니다. 2027년 미국향 ESS(에너지저장장치) 수주 확대 기대감과 11월 국내 ESS 중앙 입찰 계약이 맞물린 구간이었습니다. 바이오에서는 HLB의 간암 신약 후보물질인 리보세라닙 생산 시설에 대한 FDA 공장 실사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오며 HLB 그룹주가 강세를 나타냈습니다.
글로벌 관점에서 빠질 수 없는 게 엔비디아(Nvidia)입니다. 시가총액 5조 7,000억 달러를 기록하며 4 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습니다. 싱가포르 최대 은행인 DBS의 분석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12개월 선행 PER(주가수익비율, 현재 주가를 1년 후 예상 이익으로 나눈 밸류에이션 지표)은 약 15배 수준입니다. 여기서 선행 PER이란 미래 이익 추정치를 기준으로 현재 주가가 얼마나 비싼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이 수치가 낮을수록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고 봅니다. 2000년대 닷컴 버블 당시 시스코(Cisco)의 선행 PER이 100배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 수준은 거품이라 단정하기 어렵습니다(출처: 미국 연방준비제도 금리 환경 참조).
다만 제가 직접 이 수치를 보면서 느낀 건, PER은 이익 전망이 유지될 때만 의미 있다는 점입니다. 내년 70% 이익 성장이 그대로 실현된다면 밸류에이션은 매력적이지만, 금리나 수요가 흔들리면 이익 추정치 자체가 바뀝니다. DBS가 제안한 바벨(Barbell) 투자 전략, 즉 AI 성장주와 투자등급 채권을 동시에 보유하는 방식이 지금 같은 불확실성 구간에서 실용적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코스피가 빠지는데 코스닥은 왜 올라가나요?
A. 코스피 약세는 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대형주의 수급 이슈에서 비롯됐습니다. 자사주 매입 종료 임박 시점에 외국인 차익실현이 집중된 반면, 코스닥은 반도체 소부장·2차전지 ESS·바이오처럼 개별 이벤트가 있는 업종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됐습니다. 지수 전체가 아니라 업종별 수급 흐름을 따로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Q. 엔비디아 PER 15배면 지금 사도 되는 건가요?
A. PER은 이익 전망이 유지될 때만 유효한 지표입니다. 현재 DBS 분석 기준 12개월 선행 PER이 15배로 닷컴 버블 수준과는 다르고, 내년 약 70% 이익 성장이 예상되는 건 사실입니다. 다만 금리 환경이나 AI 수요 변화에 따라 이익 추정치 자체가 조정될 수 있으므로, 단순히 PER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매수 판단을 내리기보다는 실적 발표 흐름을 함께 점검하는 것이 낫습니다.
Q. 삼성전자 외국인 지분율이 낮아지면 반등 신호인가요?
A. 외국인 지분율이 10년 만에 최저라는 점은 매수 여력이 생겼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합니다. 하지만 이 수치 하나로 반등을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실질적인 방향 전환은 자사주 매입 종료 이후 수급 공백이 어떻게 메워지는지, 그리고 3분기 잠정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충족하는지를 확인한 뒤 판단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Q. 미국 금리가 오르면 코스닥도 무조건 빠지나요?
A. 일반적으로 금리 상승은 성장주 밸류에이션을 압박하기 때문에 코스닥에 부담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개별 업종에 강한 이벤트 모멘텀이 있는 경우에는 금리 변수를 일부 상쇄할 수 있습니다. 금리 방향과 업종 모멘텀을 함께 보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결론
이번 자료를 정리하면서 제가 가장 크게 바뀐 시각은 하나입니다. 지수 하나만 보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코스피가 빠졌다고 전체 시장이 나쁜 게 아니고, 코스닥이 올랐다고 마냥 낙관할 수도 없습니다. 수급의 이유가 무엇인지, 업종별 모멘텀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같이 봐야 그림이 맞춰집니다.
단기적으로는 10월 8일 삼성전자 3분기 잠정 실적과 FOMC 의사록, 미국 30년물 국채 입찰 결과가 동시에 쏟아지는 구간이 변곡점입니다. 이 세 가지 변수 중 하나라도 예상 밖으로 나온다면 시장 방향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저는 그 이후에 수급이 어떻게 재편되는지를 먼저 확인하고, 그다음에 포지션을 가져가려 합니다. 지루한 박스권이라도 근거가 있으면 버틸 수 있고, 근거 없이 들어가면 작은 흔들림에도 흔들립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live/MZW5KrJDJec?si=xrVIhNnzcsamEBIj